#드러낸_팔 소맷부리를 걷고 흐르는 물에 손을 담갔다. 희디 흰 그 팔에 초뫼의 시선이 향했다. "고생모를 아씨인가 했더니 것두 아니었나보네." 초뫼의 말에 의진은 그저 웃었다. "왜, 그리 유들해보이더냐?" "해 아래 그슬린 흔적도 없고, 입도 짧으니 그런갑다-했지." "근데?" "근데..." 말끝을 흐리던 초뫼가 의진의 눈동자와 팔을 번갈아 보았다. 분...
시리다. 뼈가 아프고 살이 아리고 가슴을 꿰뚫은 검날이 시리고 매섭다. 제 앞을 가로막은, 본래라면 저를 뚫었을 저 검이 저 이를 관통했다. "ㅇ,아..앞...!" 이를 악물고 검날을 잡은 상화가 소운에게 소리쳤다. 그제야 멍한 정신을 다잡은 소운이 검을 휘둘렀다. 쓰러지는 그녀를 품에 받아들고 상화의 상처를 손으로 꾹 눌렀다. 그토록 미워했건만, 그토록 ...
그의 거친 손끝이 잿빛으로 시든 앙상한 가지를 훑었다. 이제 다 지나고 남은것이 혹독한 겨울뿐이라 똑- 하고 부러지는 나뭇가지엔 생기가 없었다. 오래된 깃을 떨궈내는 것 처럼, 한때 샛노란 개나리를 피워낸 나무는 미동조차 없다. 그가 뒤를 돌아본다. 이제 막 정오를 지난 시간이건만 길에는 그와 그가 피워내는 허연 입김뿐이었다. 묵직한 발걸음이 골목으로, 응...
<동행> 우리는 중심에서 태어나 수평선으로 걸어간다 황혼의 시간에 덮인 길이 멀리 늘어진다 혼자 가는 길은 무섭지만 같이 걸어가자 손을 내밀면 길 위엔 동행하는 발걸음이 등불되어 길을 비출테지 어둠은 눈을 가리니 그 옆이 누군들 어떠할까 기꺼이 등불을 들어준 이라면 누군들 동행일테니 서울시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에 제출한건데 떨어졌습니다. 시는 어...
뜨지못한 눈이 조그맣게 열리고, 우렁찬 목소리로 울부짖을것을 바란 시간이 있었다. 처음부터 불가능할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작게 피어난 희망에 기대었다. 졌다. 이제는 바람조차 무의미할 그 시간들을 상상해본다. 미련하고 통탄스러워도 계속해서 바라게 된다. 언젠가, 피어나지못한 그 작은 눈망울이, 꽃 봉오리가 활짝 핀 날에 봄비처럼 꿈에 다녀갔으면 좋겠다. 씨...
가진 것 없이 서글픈 자여, 빈 손으로 슬피 웃는 이야. 그대 손을 펼처 밤을 쥐어보라. 사뿐히 내어 깔아준 고운 꿈자락이 고요히 쏟아져내려 꿈을 꿀적에 촘촘히 수놓아질 별들이 그 위에 소복히 쌓일것이라. 하늘의 천이 그대 머리 위에 펼쳐지니 남겨진 여분 천이 흘러내려 그대 발치에 고일것이라.
떠나고 남은 것은 기억 속의 모습뿐이다. 보여도 보여도 손에 닿지않기에, 남겨진 그 마저도 어느 순간 흐려질까 무서워 눈을 감으면 그리고, 그리고, 덧그리고. 아, 그래서 그립다 하는 건가보다. 남겨진 이들은 하염없이 덧그리기만 할 수있으니 그 설운 마음을 그립다 하는건가보다.
빗소리가 울린다. 물방울 떨어지는 흔적 아니있는데 또옥,똑. 어디서 이 비가 내리나. 이 비는 언제쯤 그치려나.
아픔이 덜 해지니 숨쉬기가 편해졌다. 숨을 깊이 들이마시자 깜깜했던 시야가 서서히 밝아지며 주변이 선명해졌다. “여긴...” 늘어트렸던 고개를 든 소운이 눈을 깜빡였다. 머리맡에 일렁이는 등잔불의 빛에 기대어 살펴본 곳은 놀랍게도 수풀이 아닌 낯선 방 안이었다. 누군가 임시로 거처를 삼은 곳인지 바닥에는 먼지가 없었지만, 천장 구석이나 지붕을 받친 대들보에...
꽃아 나를 사랑해주렴. 네가 나를 사랑하여 활짝 핀다면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으리. 지는것은 내 몫이요, 피는것은 네 몫이니 내가 너를 사랑함은 봉오리가 열릴때까지 이므로, 너는 나를 사랑하여 활짝 피어오르렴. 그리하면 지는 나는 기뻐하며 너를 떠나보내리.
너무나도 많은 감정들을 끌어안고 묵혀둔탓에 정작 내 감정이 어느것인지 알수없었다
잎새에 매달린 이슬이 아슬아슬하게 버티다가 아래로 떨어졌다. 우거진 덤불 아래, 새벽이슬이 만든 작은 웅덩이는 맑고 시원해서 나그네의 마른 목을 축이기에 적당했다.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조용히 웅덩이 앞에 다가가 주변을 살폈다. 아직 푸르스름한 하늘빛이 머무는 새벽이라 누군가 있을 리가 만무했건만 무엇이 그리 조심스러운 건지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마침내 ...
남은 이야기와 이어지는 이야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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